[김대식의 브레인 스토리] 진정한 신비

2018.12.06 | 조회 2880


[김대식의 브레인 스토리] 진정한 신비


입력 2018.12.05 03:12


김대식 KAIST 교수·뇌과학


뇌과학을 연구하면서 주변 사람들에게 자주 질문을 듣는다. 왜 그렇게 어려운 연구를 하는지? 뇌과학을 전공하면 돈은 벌 수 있는지? 그리고 영혼과 사후(死後) 세계는 존재하는지?


물론 과학으로 큰돈 벌기는 어렵지만, 자연의 비밀을 탐구하고 이해하는 것만큼 짜릿한 것이 없기에 뇌과학을 연구한다고 대충 둘러댄다. 그렇다면 영혼과 사후 세계는? 이제 애매해진다. 직업상 물리학자들 역시 비슷한 차원의 질문을 들을 것이다. 우주는 왜 만들어졌지요? 신(神)은 과연 존재하나요?


과학의 핵심은 반복된 실험을 기반으로 한 증명과 예측 가능성이다. 하지만 사후 세계와 영혼은 과학적 증명이 불가능하다. '신'이라는 개념 역시 비슷하다. 어차피 과학의 영역을 뛰어넘기에 증명도, 부정도 무의미하다. "신은 존재하는가?"라는 나폴레옹의 질문에 수학자 피에르 시몽 라플라스(Pierre Simon Laplace)는 만물의 역학을 해명하는 데 "'신'이라는 가설은 불필요하다!"라고 하지 않았던가!


하지만 물질의 역학을 설명하기엔 신(神)이 더 이상 필요 없더라도, 죽음을 두려워하고, 사랑하고, 삶의 의미를 찾는 수많은 사람에게 신이라는 존재는 소중하다. 그렇다면 반대로 질문할 수도 있겠다. 과학의 힘으로 우주와 인류의 기원을 이해하기 시작한 호모 사피엔스는 왜 여전히 검증도 불가능한 비물질적인 현상들을 상상하고 있는 걸까?


털 없는 원숭이로 지구에 등장한 인류에게 세상은 언제나 두렵고 신비스러웠다. 그리고 예측할 수 없는 일들의 합집합인 세상을 조금이나마 이해하기 위해 인간은 신비스러운 것들에게 이름을 붙이기 시작한다. 천둥, 소나기, 신, 영혼, 죽음…. 이름이 주어지는 순간 그들에게 부탁도 하고, 구걸도 할 수 있으니 말이다.


과학과 문명이 발전하는 만큼, 인간이 두려워해야 하는 외향적 존재들은 사라져 버렸고, 우리 인류에게 남은 마지막 진정한 신비는 어쩌면 존재하지 않는 것들을 믿을 수 있는 '나'라는 존재인지도 모르겠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12/04/2018120403083.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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