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의 `불편한 진실

2010.10.23 | 조회 2666

서른 세 명의 칠레 광부들이 기적적으로 모두 구조되었다. 그러나 인간승리의 드라마 뒤에는`불편한 진실`이 숨어 있었다. 아사지경의 공포 속에서 갈등과 분열로 주먹다툼까지 하고 심지어는 인육을 먹는 카니발리즘을 거론한 적도 있다지 않은가. 오죽했으면 그런 생각까지 했을까마는 구조가 늦었더라면 `불편한 사실`이 회자되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들은 이 같은 극한의 고통을 이겨내고 지상에서 다시 뭉쳤다. 지하생활에 대해 가슴속에 묻어두기로 한 것이다. 광부들이 영웅 대접을 받는 것은 그들이 지킨 사람다운 행위, 즉 자존심을 지켰기 때문이리라.
개인도 그러한데 하물며 국가의 자존심이라면 하늘이 무너져도 지켜내야 한다.


근자에 중국과 일본이 동중국해의 센카쿠(尖閣)열도, 중국명으로는 댜오위다오(釣魚島)의 영유권을 둘러싸고 첨예하게 대립했다. 일본이 실효적 지배를 하고 있음에도 중국이 일견 승리를 거둔 것으로 판단되었다. 중국은 군사, 경제, 외교 자원 등 모든 분야에서 아시아는 물론 세계 최강국인 미국에까지 숨겨진 힘을 보여주려고 한다. 뿐만 아니라 인도의 아루나찰프라데시주의 일부 영토 영유권을 주장해 외교전쟁을 불사했다.
그런 와중에도 석유자원 등이 풍부하고 전략적 가치가 높은 중국 남부의 드넓은 바다 영유권에 대해 외부의 간섭을 용납하지 않겠다며 `핵심 국익구역`으로 선포해 버렸다.


중국의 자존심을 상징하는 것은 중국이 세상의 중심이라는 중화사상(中華思想)과 중국은 위대하고 주변 국가는 어리석고 못났다는 화이사관(華夷史觀)이다. 이 두 개의 철칙에 어긋나는 것은 용납하지 않는다.
중국은 십수 년 전까지만 해도 위대한 중국 문명의 시원은 황하문명이고 요하문명은 동이(東夷ㆍ고조선)의 시원으로 보잘 것 없다고 주장했으나 불과 몇 년 사이에 중국의 역사교과서를 바꿀 수밖에 없게 되었다. 요하에서 발굴된 신석기문명은 황하문명보다 천년이나 앞섰다는 게 밝혀졌고 한자의 원형인 골각(骨角)문자가 출토되어 세계 고고학계를 놀라게 했다. 이 `불편한 진실`을 덮고 대중화 패권을 국가전략으로 삼기 위해 중국은 동북공정을 감행하여 고구려와 발해의 역사부터 조작, 왜곡해야만 했다. 고구려 역사를 중국 문화유산으로 유네스코에 등재했고 고구려 영역을 한반도로 축소해 교과서를 개편했으며 발해를 말갈족이 세운 당나라의 지방 정권으로 기술하는 역사 도적질을 감행했다.


정부는 침묵으로 일관하고 학생들은 역사를 배우지 않아야 대학입시에 유리할 정도의 역사버리기 교육실태 속에서 `불편한 사실`이 최근에 또다시 발생했다.


중국은 조선족이 사용하는 조선어를 중국어로 보고 머지않아 한글 입력 방식을 표준화한 뒤 국제표준화기구(ISO)에 상정할 계획이라고 한다. 그래서 휴대형기기 입력표준과 PC키보드용 한글입력표준에 공을 들이고 있다. 이렇게 대한민국의 자존심인 모국어가 중국의 `한글공정`으로 위기에 처했음에도 한국은 표준화 작업을 미루고 있는 실정이다. 혹여 우리가 중국이 만든 한글표준에 맞춰 모든 기기의 글자판을 만들어 써야 하는 치욕을 겪게 될지 모른다.


"특정업체 방식으로 표준화가 정해질 경우 다른 기업이 영업에서 타격을 받아 이해당사자 간 입장을 좁히기가 어렵고 강제 조정권한도 없는 상황"이라는 기술표준원 관계자의 말을 빌리지 않더라도 대책 없이 바라만 보는 정부와 눈앞의 이익에만 매달리는 업체의 단견에 가슴이 끓는다.
서둘러 정부와 업체와 관계자들은 대한민국의 자존심과 우리의 미래를 걸고 `불편한 진실`에 대한 합의를 도출해야 한다.
분노하고 대응책을 논의하는 누리꾼들의 열정이 참으로 고맙다. `불편한 진실`을 드러낸 언론과 지식인들과 누리꾼들이 있기에 우리는 결코 희망을 버릴 수 없어 가슴이 따뜻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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