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어와 한글이 뜬다

2012.05.10 | 조회 6371

윤나라 / 자유기고가

최근 TV드라마, K-POP 등 한류 열풍을 타고 세계의 젊은이들 사이에 한국어와 한글에 대한 관심이 날로 높아지고 있습니다. 한국어를 배우려는 열기는 특히 아시아에서는 가히 폭발적이라 합니다. 게다가 일본 호주 미국 등의 국가에서는 대학입학 수학능력시험에 한국어가 추가되고 있으며, 세계 주요 대학에서는 한국어학과가 증설되고 있습니다.


세계 속의 한국어의 위상
Q1. 왜 한국어가 각광받고 있을까?


디지털 정보화 시대의 한글을 기리는 세계적인 상이 있습니다. 바로 유네스코에서 제정한 세종대왕상입니다. 영어로 〈King Sejong Literacy Prize〉라고 하여 우리말로 번역하면 ‘세종대왕 문해상’이라 합니다. 유네스코에서는 왜 영어도 프랑스어도 아닌, 한글을 ‘세계기록유산’으로 지정하였을까요? 세종대왕상은 한글의 창제정신을 세계적으로 기리는 사업이며, 문맹퇴치에 공이 큰 사람에게 주어지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한글 전파의 새 역사가 시작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가령 2008년 12월 인도네시아의 소수민족 찌아찌아족이 한글을 공식 문자로 채택한 적이 있습니다. 그후 찌아찌아족이 사는 인도네시아 부론섬에 두 명의 한글교사가 공식적으로 파견되었습니다. 이 세상에는 말은 있는데 이 말을 기록할 문자가 없어 사라질 위기에 놓인 소수민족이 많습니다. 이런 언어들을 보존하기 위해서도, 그리고 이들 소수민족의 문맹퇴치를 위해서도 ‘한글’이 채택되어 도입되고 있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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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은 대중이 널리 배우기 쉽게 만든 창제 정신으로 보나, 기록이 쉬운 문자로서의 우수성으로 보나, 이미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이 인터넷강국으로 올라설 수 있었던 배경에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그 중에서 한글의 역할을 빼놓을 수 없습니다. 한글은 영문 알파벳처럼 소리를 기본으로 하는 자음과 모음으로 이루어져 있어서 컴퓨터나 모바일 기기의 자판을 두드려 글을 입력하기가 매우 쉽기 때문입니다. 중국이나 일본, 아랍권 국가의 경우는 문자가 음절로 이루어져 있어 자판으로 글자를 입력하는 일이 쉽지 않습니다. 이렇듯 한글은 디지털 정보화 시대에 매우 적합하고 편리한 문자이기도 합니다.

한국어에 숨어있는 글자의 원리
Q2. 한국어에 어떤 자연 원리가 담겨 있을까?


▶ 한글은 천지의 이치에 따라 만들어졌다
“훈민정음을 만든 원리와 사용법을 연구하여 상세하게 해례를 붙여 많은 사람들이 배울 수 있도록 하라.” 훈민정음을 만든 뒤 세종대왕이 집현전 학자들에게 명한 내용입니다. ‘백성을 가르치는 바른 소리글’인『훈민정음』은 그렇게 해서 세상에 나왔습니다. 이『훈민정음』에는 한글의 창제 원리에 대해 다음과 같이 기록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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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의 이치는 오직 음양오행일 뿐이다. 그러므로 사람의 말소리에는 음양의 이치가 모두 갖추어져 있는데 옛 사람들이 이를 살피지 못하였다. 이제 단지 그 말소리에 들어있는 이치를 극진히 하였을 뿐이다.” (『훈민정음』)


세종대왕은 천지의 이치는 음양오행이며, 글자를 만들 때도 이 이치에 따랐다고 하였습니다. 이 음양오행이란 무엇이며, 한글 속에 어떤 식으로 녹아들어 있을까.


▶ 한글의 모음에는 음양 원리가 들어 있다
혀를 편안한 위치에 두고 자연스럽게 입을 벌리고내는 소리를 기본소리, 땅소리(earth sound, ㅡ)로 정하였습니다. 이 상태에서 혀를 목구멍 쪽으로 더 옴츠린 상태를 하늘소리(ㆍ), 혀를 입 바깥쪽으로 펴서 이에 닿도록 한 소리를 사람소리(ㅣ)라고 하였습니다. 이 세 가지 기본 모음 ㅡ,ㆍ,ㅣ를 조합하여 더 많은 모음들이 만들어졌습니다.

하늘소리와 땅소리, 이러한 음양원리는 실제 말소리로도 구별할 수가 있습니다. ‘ㅏ, ㅗ’ 소리는 밝고 가벼운 ‘양’의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 소리입니다. 반면 ‘ㅓ, ㅜ’ 소리는 어둡고 무거운 ‘음’의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 소리입니다. 이렇듯 한글의 모음 체계에는 음양(陰陽)의 원리가 깃들어 있습니다.


▶ 한글의 자음은 오행의 이치를 따랐다
자음이 만들어지는 위치를 살펴보면 가장 안쪽부터 목구멍, 그 다음에 있는 어금니, 혀가 닿는 윗잇몸, 가장 바깥에 있는 입술, 그리고 이가 있다. 이들 발성기관의 위치를 오행의 계절 순서에 맞추어 다음과 같이 정리하였습니다.

이렇게 배치한 것은 각 소리의 특성과 발성기관의 속성이 이들 오행의 기운과 맞아떨어지기 때문입니다. 먼저 봄에 해당하는 어금닛소리는 혀가 어금니가 있는 안쪽으로 가서 목구멍을 닫을 때 나는 소리입니다. 이 소리는 땅을 박차고 씩씩하게 자라나는 봄과 나무의 이미지를 담고 있습니다. 여름에 해당하는 혓소리에서는 혀 자체가 붉고 날름거리는 불 그 자체이며, 가을에 해당하는 잇소리에서 이가 단단하고 하얀 쇠를 연상하게 한다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습니다.

겨울에 해당하는 목소리는 목구멍이 열려있는 상태로 나는 소리로 목구멍은 깊고 젖어 있는 물과 관련지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늦여름에 해당하는 입술소리는 그 소리가 무언가를 머금은 것 같은 것이 마치 흙이 만물을 품어 간직하며 넓고 큰 것과 같다고 보았습니다. 이렇듯 한글의 자음체계는 오행(五行)의 원리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아직 밝혀지지 않은 한글이야기
Q3. 한글은 세종대왕이 처음 창제한 것일까?


세종대왕이 한글을 창제했을 때는 ‘훈민정음’ 혹은 ‘정음’ 또는 ‘언문’이라는 이름으로 불렸습니다.

“이번 달에 왕이 언문 28자를 만들었다.” (『세종실록』, 1443년 세종 25년 12월)

“이번 달에 훈민정음이 완성되었다.” (『세종실록』, 1446년 세종 28년 9월)

“계해년 겨울에 우리 전하께서 정음 28자를 창제하시고, 간략하게 예의를 들어보시며 이름을 훈민정음이라 지으셨다….” (『훈민정음 해례본』, 세종 28년 9월 상순)


그런데 『세종실록에』는 이런 기록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한글의 글자 모양에 관한 언급도 있어 놀랍습니다.

“이 달에 임금께서 친히 언문 스물여덟 자를 만드시니 그 글자의 모양이 고전(古篆)을 닮았고…” (『세종실록』)

라는 기록이 그것이지요. 여기서 말하는 ‘고전’이란 무엇일까요? 고대의 전서체를 뜻합니다. 말하자면, 한글의 창제 배경에는, 우리에게 널리 알려지지 않은 또 다른 숨겨진 역사가 있다는 말이 아니겠습니까. 예컨대 한민족과 인류 창세문화의 성스러운 원전인 『환단고기』에는 다음과 같은 기록이 전해 옵니다.

“아직 풍속이 하나같지 않고 지방마다 말이 서로 달라서, 형상의 뜻을 표현하는 참글이 있었으나, 열 집이 있는 읍에서조차 말이 통하지 않는 경우가 많았고, 백리 되는 나라 안에서도 서로 이해되기가 어려웠다. 이에 삼랑(三郞)을 보륵에게 명하여 정음 38자를 만들어 이를 가림토라 하니 그 글자는 다음과 같다.” (『환단고기』「단군세기」편, 고조선 3대 가륵단군 경자 2년 BC2181년)

이처럼 고대사의 원전에 의하면, 과거 우리 민족의 역사 속에 ‘정음’이 있었고, 서른 여덟 자였으며 이를 가림토라 했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가림토를 보면, 세종대왕이 만든 한글과 28개의 글자가 똑같이 생겼습니다. 참으로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지금은 사라진 나머지 10개의 글자는 지난 오랜 역사 속에서 소실된 음가로 보여집니다. 이렇게 보면 정음은 곧 훈민정음(한글)의 원형이었을 것이 확실시됩니다. 책 귀신이라 불릴 정도로 많은 독서를 했던 세종대왕은 분명히 가림토 글자의 존재를 알고 있었을 것입니다. 이렇게 되면 세계 최고(最高)의 우수성이 인정된 한글은 그 역사로 보아도 세계 최고(最古)의 글자 반열에 오르게 됩니다.


모든 소리를 글자화하는 한글의 과학성
Q4. 한국어와 한글이 배우기 쉬운 이유는?


세계에서 한국어와 한글의 위상은 어느 정도나 될까요? 사용자 인구수로 본 등위에서 한국어는 현재 12번째. 대한민국의 경제적, 문화적 파급력 등을 고려한다면 그 위상은 더 높게 평가될 수 있습니다.
세상에는 1만 종 이상의 말이 있었습니다. 그 수가 점점 줄어 현재는 6,800여 종이 쓰이고 있습니다. 이들 중에 문자를 가지고 있는 언어는 1백 수십 종이라고 합니다. 특히 독창적인 문자는 그 수가 얼마 되지 않습니다. 이들 가운데 유독 ‘한글’이 독보적으로 우뚝 서 있습니다. 한국어가 독창적인 글자(한글)를 사용한다는 사실은 자랑스러워할 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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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외국인이든 대졸 정도의 학력이면 한 시간 안에 자기 이름을 한글로 배워 쓸 수 있다고 합니다. 물론 한국어를 배우는 외국인들은 한국어가 어렵다고 토로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는 대개 한글의 맞춤법과 발음에 관련된 것들이 많습니다. 특히 이중받침의 표기나 /ㅔ/와 /ㅐ/ 발음의 차이 등은 한국인들조차도 제대로 구분하지 못하는 예들입니다. 엄밀히 따지자면 이것은 외국인으로서 외국어인 한국어와 한국말이 낯설어 그런 것이지 한글 자체가 어렵다는 뜻은 아닙니다. 한글은 소리의 단위인 음절을 아주 적은 수의 기호만으로도 모두 표시할 수 있는 ‘음소문자’입니다. 더욱이 음소들 간에 일정한 체계를 이루고 있는 세계에서 유일한 음소문자입니다. 가령 ‘ㄱ’을 예로 들면 기본형 ‘ㄱ’을 가지고 ‘ㅋ’와 ‘ㄲ’이 만들어집니다. ‘ㄹ’을 제외하면 자음의 기본모양은 ‘ㄱ, ㄴ, ㅁ, ㅅ, ㅇ’ 5개밖에 되지 않습니다.

또한 한글은 글자 하나가 하나의 소리를 나타내므로 따로 음성기호를 필요로 하지 않습니다. 영어의 ‘c’는 cat에서는 [k]가 되고 center에서는 [s]가 되지만 한글의 ‘ㅋ’은 항상 [k]로 발음됩니다. 간단히 말해서, 입에서 나오는 소리대로 글자로 표시하게 되는 언어입니다. 한글은 참 과학적이어서 배우기 쉽고 또 간단합니다.


잘못 알고 있는 상식이야기
Q5. 한글을 만든 것은 집현전 학자인가? 세종대왕인가?


한글이야기는 조선의 15세기 중엽, 4번째 임금인 세종대왕(1397-1450) 시절에서부터 시작됩니다. 세종대왕이 통치하던 당시 조선에서는 한자(漢字)를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글자 한 자마다 한 가지 뜻을 갖는 표의문자인 한자는 그 수도 많고 표기하기도 어려웠습니다. 따라서 당시 글을 안다는 계층은 사회적인 특권이었고, 한자를 익히지 못한 백성들은 불편함과 불이익을 당하기 십상이었습니다. 이런 현실에 귀를 기울인 분이 바로 세종대왕이었습니다. 세종대왕은 한글을 창제한 목적을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우리는 지금까지 우리글이 없으므로 중국 글을 쓰고 있다. 그러나 우리말이 중국말과 달라 중국 글과 서로 통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백성들이 말하고자 하는 바가 있어도 제 뜻을 쉽게 펴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 내가 이를 가엾게 여겨 새로 스물여덟 글자를 만들고 ‘훈민정음’이라 부르겠다. 이는 사람들로 쉽게 익혀서 날마다 쓰는 데 편하게 하기 위한 것이다.” (세종대왕이 직접 쓴 <어제 서문>)

일반적으로 한글은 세종대왕이 집현전 학자들에게 명을 내려 만든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세종실록』에는 한글 곧 훈민정음만은 세종대왕이 ‘직접’ 만드셨다고 기록되어 있습니다. 훈민정음은 왕이 친히 백성을 위해 만들어 준 글자였습니다.

하지만 당시의 양반 사대부들은 한글이라는 새로운 글자의 출현을 별로 달갑게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오랫동안 유지되어 온 중국 중심의 사대주의에 젖어 한자와 한문에 비해 한글을 얕잡아 보았습니다. 그래서 한자로 쓴 글은 ‘진서(眞書)’라고 부르고 한글이나 한글로 쓴 글은 ‘언문(諺文)’이라고 불렀습니다. 한글은 주로 부녀자들이 사용했다고 해서 ‘암글’이라는 의미의 ‘암클’이라 부르기도 했으며, 아직 한문을 제대로 배우지 못한 아이들이나 쓰는 글이라고 해서 ‘아랫글’이라 불렀다는 설도 전해집니다.

그러다가 개화기에 이르러 민족정신에 대한 각성이 일어나면서 우리 민족 고유의 문자인 한글의 가치를 알게 되었고, ‘정음(正音)’, ‘국문(國文)’ 등의 명칭도 널리 사용되었습니다. 지금의 ‘한글’이라는 이름은 주시경 선생에 의해 붙여졌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주시경 선생은 한국인의 말과 글에 남다른 애정을 가지고 교육과 연구에 힘쓴 인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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